
튜더 시티 다리에서 내려다본 42번가
2026년 4월, 맨해튼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던 어느 날 숙소에서 튜더 시티(Tudor City) 다리까지 걸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근처 조용한 동네를 산책하고, 트램을 타고 이스트강 건너 루스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의 포 프리덤스 공원까지 다녀왔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미드타운 바로 옆인데도 두 곳 모두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이 글에는 그날 걸은 길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 방문: 2026년 4월, 맨해튼 에어비앤비 체류 중
- 코스: 튜더 시티 다리, 튜더 시티 그린스,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 포 프리덤스 공원
- 운영 시간·요금: 2026년 10월 각 공식 사이트 기준
1. 튜더 시티 다리에서 본 42번가
튜더 시티는 유엔 본부 서쪽, 42번가 위쪽 언덕에 모여 있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1920년대 후반 부동산 개발업자 프레드 F. 프렌치가 지었고, 영국 튜더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들이 모여 있어 1988년 뉴욕시 역사 지구로 지정됐습니다.
단지 안의 튜더 시티 플레이스(Tudor City Place)는 42번가 위를 다리처럼 건너갑니다. 이 다리 위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면 붉은 버스 전용 차로가 길게 뻗은 42번가 끝으로 크라이슬러 빌딩 꼭대기가 보입니다. 뉴욕 사진 명소로 꼽히는 곳이라, 제가 갔을 때도 사진을 찍으러 온 커플과 삼각대를 세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낮에 갔는데, 42번가가 동서로 곧게 뻗어 있어서 해가 질 때 오면 길 끝으로 지는 해와 노을이 정말 멋질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는 꼭 해 질 무렵에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입니다.
2. 튜더 시티 그린스와 주변 산책

튜더 시티 그린스 옆 산책길과 공원 안
다리 양쪽에는 튜더 시티 주민들이 관리하는 작은 공원 '튜더 시티 그린스(Tudor City Greens)'가 있습니다. 1927년에 만든 공원으로,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산책길과 초록 철제 의자, 튤립이 핀 화단이 있었습니다. 벤치와 테이블에는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공원 옆으로는 포드 재단 사회정의센터(Ford Foundation Center for Social Justice) 건물 주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1967년에 지은 이 건물은 12층 높이의 실내 정원 아트리움으로 유명하고, 1997년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됐습니다. 이 일대는 42번가보다 살짝 높은 지대라 그런지 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고, 조경도 잘 가꿔져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주변에는 뾰족한 지붕과 장식이 있는 오래된 벽돌 건물이 많아서, 걷다 보면 뉴욕이 아니라 영국의 어느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3. 트램 타고 루스벨트 아일랜드로
루스벨트 아일랜드까지는 2번가와 이스트 60번가에 있는 정류장에서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Roosevelt Island Tramway)'을 탔습니다. 1976년에 운행을 시작한 공중 케이블카로, 지하철과 같은 요금으로 탈 수 있고 OMNY(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휴대폰 터치 결제)로 결제하면 됩니다.
트램은 퀸즈버러 다리 옆을 따라 이스트강 위로 올라갑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발아래로 강과 맨해튼 고층 빌딩이 펼쳐져서 풍경이 정말 멋졌습니다.

퀸즈버러 다리와 트램, 루스벨트 아일랜드의 봄 길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4월에는 강변에 분홍 겹벚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퀸즈버러 다리 아래 산책로에서는 머리 위로 빨간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트램 정류장에서 내려 강변 쪽으로 가면 사람이 꽤 많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가로수와 잔디밭이 이어진 조용한 길이 나왔습니다.
공원 입구 가까이에는 지붕 없이 돌벽만 남은 오래된 건물이 서 있습니다. 1856년에 문을 연 '렌윅 천연두 병원(Renwick Smallpox Hospital)'의 폐허입니다.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을 설계한 제임스 렌윅 주니어의 작품으로, 뉴욕시에서 유일하게 랜드마크로 지정된 폐허라고 합니다.
4. 포 프리덤스 공원과 '더 룸'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본 유엔 본부와 미드타운
섬 남쪽 끝까지 걸어가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포 프리덤스 주립공원(Franklin D. Roosevelt Four Freedoms State Park)'이 나옵니다. 가는 길에 강 건너로 유엔 본부와 크라이슬러 빌딩, 미드타운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원 입구와 삼각형 잔디밭, 린덴나무 가로수 길
이 공원은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I. Kahn)이 1974년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작품으로, 약 40년 뒤인 2012년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입구의 넓은 계단을 올라가면 삼각형 모양의 잔디밭이 섬 끝을 향해 좁아지고, 양옆으로 린덴나무(피나무) 120그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트램 정류장 주변과 달리 공원부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가로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4월이라 나무에 연두색 새잎이 막 올라오고 있었는데, 같은 날에도 구름이 몰려왔다 개었다 하면서 하늘 색이 자주 바뀌었습니다.

루스벨트 흉상과 화강암 벽으로 둘러싸인 더 룸
잔디밭 끝에는 조각가 조 데이비슨(Jo Davidson)이 만든 루스벨트 대통령의 청동 흉상이 있고, 그 뒤로 높은 화강암 벽에 둘러싸인 '더 룸(The Room)'이 섬의 맨 끝을 이룹니다. 벽에는 루스벨트가 1941년 연설에서 말한 네 가지 자유(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새겨져 있습니다.
화강암 벽에 걸터앉으면 바로 앞이 이스트강이고, 맨해튼 고층 빌딩과 퀸즈버러 다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벽에 앉아 사진을 남겼는데, 건너편 빌딩 숲과 조용한 공원이 대비되어 특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튜더 시티 다리: 42번가와 튜더 시티 플레이스가 만나는 곳. 해 질 무렵 방문 추천
- 트램: 2번가·이스트 60번가 정류장, 지하철과 같은 요금, OMNY 결제 가능
- 포 프리덤스 공원: 무료, 화요일 휴무. 4~9월 9:00~19:00, 10~3월 9:00~17:00
5. 다녀와서 든 생각
튜더 시티와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둘 다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크라이슬러 빌딩을 보고, 트램으로 강을 건너, 공원 끝에서 맨해튼을 바라보는 코스라 반나절 일정으로 걷기 좋습니다. 사람 많은 관광지에 조금 지쳤다면 한 번 걸어 보시길 권합니다.
※ 위키백과(Tudor City), 포드 재단, 루스벨트 아일랜드 운영공사(트램), 뉴욕주 공원국, Untapped New York, Untapped New York(렌윅 병원)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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