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페리 10회권을 끊고 지하철 대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페리로 이동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날들이었습니다. 맨하탄 근처를 오가는 것도 좋지만, 문득 '여기서 조금 더 멀리, 진짜 대서양 바다 쪽으로 나가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마음을 먹고 올라탄 곳이 바로 퀸즈의 남쪽 끝, 락어웨이 비치(Rockaway Beach)행 페리였습니다.
1. [리서치 노트] NYC 페리 락어웨이 노선과 이용 가이드
지하철 노선망이 닿지 않는 뉴욕의 구석구석을 연결해 주는 NYC 페리는 맨하탄 거주자나 여행자들에게 숨겨진 보석 같은 이동 수단입니다. 그중에서도 락어웨이 노선은 단연 돋보이는 코스입니다.
- 노선 및 소요 시간: 맨하탄 중심가인 월스트리트 피어 11(Wall St./Pier 11)을 출발해 브루클린을 거쳐 퀸즈 락어웨이까지 이어집니다. 편도 약 1시간에서 1시간 3분 정도 소요되어, 짧은 크루즈를 타는 듯한 낭만을 선사합니다.
- 요금 및 꿀팁: 편도 티켓은 $4.50이지만, 자주 이용하신다면 앱에서 **10회권(10-Trip Pass, $29.00)**을 끊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입니다. 근교 바다를 갈 때 이만한 가성비가 없습니다.
- 배차 간격의 아쉬움: 지하철처럼 수시로 오지는 않고 주로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 피어 8에서 비치로 걸어가는 길: 햄멜 하우스의 풍경
페리에서 내려 Beach 95th St.를 따라 반대편 대서양 해변으로 걸어가는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아파트 단지들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맨하탄의 고층 빌딩숲과는 사뭇 다른 이 주거 단지는 알고 보니 깊은 역사를 지닌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뉴욕시 주택공사(NYCHA)가 운영하는 공공 임대 주택 단지인 햄멜 하우스(Hammel Houses)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증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공공 사업의 일환으로, 1952년에 착공해 1955년 4월에 완공되었습니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락어웨이 로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곳으로, 개발된 관광지 이면에 숨겨진 뉴욕의 진솔한 주거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3. 락어웨이 비치 탐방: 거친 대서양과 힙한 휴양지의 공존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 반대편으로 탁 트이는 순간, 시원한 바다 냄새와 함께 드넓은 모래사장과 대서양의 파도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 락어웨이 비치의 역사: 원래 이 지역은 원주민 알곤킨 부족의 언어로 '모래의 땅'을 뜻하는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며 뉴요커들의 여름 피서지로 명성을 떨쳤고, 철도가 놓이며 전성기를 맞이했던 유서 깊은 해변입니다.
- 장점: 맨하탄에서 대중교통만으로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진짜 대서양 오션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뉴욕시에서 공식 허용한 드문 서핑 스팟이어서 활기찬 해양 레저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 단점: 맨하탄에서 거리가 꽤 멀고 페리 배차가 드물어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이 살짝 아쉽습니다.

4. 로컬 마트의 편리함, 그리고 줄 서서 먹는 재미
해변 산책을 마치고 페리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미국 동부에서 친숙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스톱앤숍(Stop & Shop) 마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원한 음료와 간단한 다과를 즉석에서 장볼 수 있어 산책의 피로를 싹 씻어내 주었습니다.
다만 해가 질 무렵 맨하탄으로 돌아가는 페리 편은 배차가 많지 않아 선착장에 사람들이 꽤 길게 줄을 섭니다. 저녁 시간대라 줄을 선 채로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의 모습도 이 노선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습니다.
5. 페리 위에서 마주한 황홀한 석양과 자유의 여신상 뷰
기다림의 지루함도 잠시, 페리에 올라타 맨하탄으로 향하는 길에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 모든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았습니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드는 대서양 바다 위로, 석양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자유의 여신상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태이튼 아일랜드 페리에서 보는 석양도 일품이지만, 락어웨이 노선에서 바라보는 이 저녁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진정한 뉴욕의 로맨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페리 10회권을 적극 활용해 이 락어웨이 코스를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