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본 맨해튼의 석양
미국 · 뉴욕뉴욕에 머무는 동안 해 질 무렵이면 노을을 보러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브루클린 덤보의 페블 비치, 맨해튼 배터리 파크, 저지시티 J. 오언 그룬디 공원, 퀸스 헌터스 포인트, 첼시 피어 57, 그리고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와 뉴욕 페리 위에서도 노을을 봤습니다. 같은 석양이라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꽤 달랐습니다.
이 글에는 직접 가 본 곳 중 기억에 남는 석양 명소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페리 위에서 노을을 보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해는 서쪽으로 집니다. 그래서 맨해튼 서쪽 강변(허드슨강)에서는 강 건너 뉴저지 쪽으로 지는 해를 직접 보고, 맨해튼 건너편(저지시티, 브루클린, 퀸스)에서는 해가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보게 됩니다. 어떤 장면을 원하는지에 따라 장소를 고르면 됩니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저지시티 J. 오언 그룬디 공원
제가 본 노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저지시티 강변의 'J. 오언 그룬디 공원(J. Owen Grundy Park)'입니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로어 맨해튼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은 강변 공원입니다.

저지시티 강변에서 본 로어 맨해튼. 앞으로 크루즈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해가 등 뒤에서 지기 때문에, 하늘보다 맨해튼 빌딩들이 먼저 물듭니다. 해가 낮아지면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비롯한 고층 빌딩 유리창에 석양빛이 그대로 반사돼서, 건물 전체가 금빛으로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보통의 노을과는 다른 장면이라, 뉴욕에 간다면 한 번은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입니다.

해가 지는 동안 빌딩 유리창이 차례로 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공원 옆 부두 앞으로 커다란 크루즈선이 지나가고, 강 위에는 흰 돛을 단 범선도 떠 있었습니다. 해가 낮아질수록 빌딩 아랫부분부터 위쪽까지 금빛이 번져 올라갔고,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꼭대기 첨탑에는 빨강·흰색·파랑 조명이 켜졌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몇 분 간격으로 찍은 사진인데도 빛의 색이 계속 달라져서,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맨해튼에서는 PATH 열차를 타고 엑스체인지 플레이스(Exchange Place)역에 내리면 걸어서 바로입니다. 저지시티 강변 이야기는 저지시티 워터프런트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2. 강 건너에서 보는 스카이라인: 페블 비치 & 헌터스 포인트
- 덤보 페블 비치(Pebble Beach, 브루클린): 맨해튼 브리지 바로 아래 작은 자갈 해변입니다. 해 질 무렵 로어 맨해튼 빌딩들 뒤로 하늘이 물들고, 옆으로는 맨해튼 브리지와 브루클린 브리지가 함께 보입니다.
- 헌터스 포인트(Hunters Point, 퀸스): 이스트강 건너 미드타운을 바라보는 강변 공원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 뒤로 해가 지고, 강가의 빨간 펩시콜라 간판이 함께 보입니다.
3. 해가 지는 걸 직접 보는 곳: 배터리 파크 & 피어 57
- 배터리 파크(Battery Park): 맨해튼 남쪽 끝 공원으로, 바다 쪽으로 지는 해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함께 보입니다. 아래에 따로 적었습니다.
- 피어 57 루프탑 공원(첼시): 허드슨강 위 건물 옥상 공원이라 강 건너 뉴저지 쪽으로 지는 해를 정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옆 리틀 아일랜드와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뉴욕 무료 전망 스팟 글에 있습니다.
배터리 파크에서 본 노을

배터리 파크의 노을. 강 건너 저지시티 빌딩과 범선, 자유의 여신상 실루엣
배터리 파크 강변 잔디밭에서는 서쪽 하늘 전체가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강 건너 저지시티의 고층 빌딩들이 검은 실루엣으로 서 있고, 왼쪽 멀리로는 엘리스섬의 건물과 물탱크가 보였습니다.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을 보러 나온 유람선과 돛을 세 개 단 범선이 앞바다를 천천히 지나가서 그림 같은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조금 남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노을을 배경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실루엣으로 보이는데, 이날 본 장면 중 가장 뉴욕다운 모습이었습니다.
4. 페리 위에서 보는 석양
선셋 크루즈나 야경 투어 상품도 많지만, 저는 일반 페리를 타고 노을을 봤습니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면서도 물 위에서 보는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요금이 무료이고 24시간 다닙니다. 해 질 무렵 타면 자유의 여신상 옆을 지나며 노을을 볼 수 있고, 돌아오는 길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한 로어 맨해튼이 가까워집니다. 타는 법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글에 정리했습니다.
- 뉴욕 페리(NYC Ferry): 지하철과 비슷한 가격으로 탈 수 있는 시 운영 페리입니다. 미드타운 웨스트 39번가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타면 허드슨강을 따라 내려가며 맨해튼 서쪽 강변의 노을을 볼 수 있습니다. 표 사는 법은 뉴욕 페리 이용법 글에 있습니다.

이스트강 페리 위에서 본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부터 해 질 녘에서 밤으로
뉴욕 페리를 타고 이스트강을 내려오면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를 지나가게 됩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덤보의 'WELCOME' 간판이 있는 건물들과 다리 교각이 금빛으로 물들었고, 조금 지나자 다리에 불이 켜지면서 로어 맨해튼 빌딩들 뒤로 하늘이 짙은 파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리 아래 강가에 있는 유리 건물 안 회전목마 '제인스 캐러셀(Jane's Carousel)'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한 시간 남짓 지나는 동안 노을부터 야경까지 이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스트강 페리에서 본 퀸스 쪽 강변. 헌터스 포인트의 고층 빌딩이 분홍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스트강 북쪽 구간에서는 퀸스 헌터스 포인트와 롱아일랜드시티의 새 고층 빌딩들이 강가에 줄지어 있는데, 서쪽에서 비치는 햇빛을 받아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맨해튼 쪽만 보다가 반대편을 돌아보니 이쪽 풍경도 꽤 볼 만했습니다.

위는 허드슨강에서 본 허드슨 야드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래는 락어웨이 페리 갑판에서 본 바다 위 일몰
허드슨강 쪽 노선에서는 강 위에서 허드슨 야드의 유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분홍빛 하늘 아래 함께 보였고, 이날은 하늘 오른쪽에 둥근 달까지 떠 있었습니다. 락어웨이 비치에 다녀오는 뉴욕 페리를 탔을 때는, 돌아오는 길에 갑판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도시의 노을과는 또 다른, 탁 트인 바다의 일몰이었습니다. 락어웨이 페리 이야기는 락어웨이 비치 페리 후기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페리 갑판은 바람이 세서 해가 지면 금방 쌀쌀해집니다. 여름에도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는 게 좋습니다.
5. 함께 가 볼 만한 곳
위의 장소들 외에 노을 시간에 가 볼 만한 곳도 짧게 정리합니다.
- 리틀 아일랜드: 허드슨강 위 인공 섬 공원으로, 언덕 위에서 강 건너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습니다.
-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웨이: 이스트강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로, 요금은 지하철과 같은 $3.00입니다. 해 질 무렵 타면 노을에 물든 맨해튼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 하이라인(The High Line)과 허드슨 야드: 옛 철길 위 공원인 하이라인을 따라 북쪽으로 걸으면 허드슨 야드에 닿습니다. 빌딩 사이로 허드슨강 쪽 노을이 보입니다.
6. 노을 보러 갈 때 팁
- 일몰 시간을 확인하고 30분쯤 일찍 도착하기 (뉴욕 일몰은 겨울 오후 4시 반쯤, 여름 저녁 8시 반쯤)
- 맨해튼 빌딩이 금빛으로 빛나는 장면은 저지시티, 해가 지는 하늘은 맨해튼 서쪽 강변에서
- 해가 진 뒤 20~30분 동안 하늘색이 가장 많이 변하니 바로 자리를 뜨지 않기
- 강가와 페리 위는 바람이 세니 겉옷 챙기기
여러 곳에서 노을을 봤지만, 결국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저지시티에서 본 금빛 맨해튼이었습니다. 비싼 투어를 예약하지 않아도 공원 벤치나 페리 갑판에서 충분히 멋진 뉴욕의 노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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