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에 이어 같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도 다녀왔습니다. 하버드가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과 잔디밭으로 기억된다면, MIT는 긴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과 독특한 건물들로 기억에 남습니다.
MIT도 일반 방문객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 글에는 직접 다녀 본 본관 로비, 무료 바나나 라운지, MIT 교회, 쉬어 가기 좋은 카페와 학생회관, 그리고 잔디밭에서 겪은 일을 적었습니다.
- 위치: MIT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찰스강 북쪽)
- 가는 법: 지하철 레드 라인 켄달/MIT(Kendall/MIT)역
- 다루는 내용: 본관 로비와 무한 복도, 바나나 라운지, 피아노 낙하 전통, MIT 교회, 카페·학생회관, 잔디밭 주의사항
1. MIT는 어떤 곳일까
MIT는 1861년에 세워진 공과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와 유명 창업가를 많이 배출했고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오랫동안 1위를 지켜 왔습니다. 하버드와 마찬가지로 보스턴이 아니라 찰스강 건너 케임브리지에 있고, 두 학교는 지하철 레드 라인으로 몇 정거장 거리입니다.
캠퍼스를 걸어 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복도에서 들리는 언어도 다양했고, 노트북을 들고 바쁘게 오가는 모습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2. 본관 로비와 무료 바나나 라운지
매사추세츠 애비뉴(77 Massachusetts Ave)에서 보면 큰 기둥이 늘어선 하얀 석조 건물이 MIT의 정문 격인 건물입니다. 건물 위에는 'MASSACHVSETTS INSTITVTE OF TECHNOLOGY'와 설립자 이름 'WILLIAM BARTON ROGERS FOVNDER'가 새겨져 있습니다. U 대신 V를 쓴 옛 라틴식 표기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높은 돔 천장 아래 'MIT Values' 현수막이 걸린 로비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건물 안 복도를 따라 캠퍼스를 걸을 수 있습니다.

MIT 정문 건물, 돔 천장 로비, 로비 창으로 보이는 킬리언 코트와 찰스강
본관 로비에서 찰스강 바라보기
큰 돔이 있는 본관 로비에는 창가 쪽에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창밖으로 졸업식이 열리는 킬리언 코트(Killian Court) 잔디밭과 그 너머 찰스강이 보입니다. 저는 캠퍼스 매점에서 샐러드와 음료를 사 와서 이곳에서 학생들 사이에 섞여 점심을 먹었는데, 잠깐이지만 MIT 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한 복도와 게시판 구경
MIT 본관 건물들은 '무한 복도(Infinite Corridor)'라고 부르는 약 250m 길이의 긴 복도로 이어져 있습니다. 반질반질한 바닥을 따라 걷다 보면 양옆으로 강의실과 실험실이 이어지고, 유리창 너머로 모니터와 계측 장비, 전선이 가득한 학부 실습실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었습니다. 계단실에는 금속 공과 막대를 이어 만든 커다란 조각 작품이 천장까지 솟아 있었습니다.
복도 게시판에는 해커톤 'HackMIT', 보드게임 동아리, 튜터 모집 같은 전단지가 빈틈없이 붙어 있어서 학생들의 일상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벽에는 1922년에 세워진 공학 우등생 모임 '타우 베타 파이(Tau Beta Pi)' MIT 지부 동판도 걸려 있었습니다.

무한 복도, 유리창 너머 학부 실습실, 계단실의 금속 조각
바나나 냄새가 나는 복도
MIT에는 학생들에게 바나나를 무료로 나눠 주는 '바나나 라운지(Banana Lounge)'가 있습니다. 26동 1층(26-110호)에 있는데, 근처 복도를 지나가는데 바나나 냄새가 가득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두 개가 아니라 바나나 한 송이를 통째로 들고 나가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2018년 학생회 지원으로 시작한 곳으로, 지금도 학생들이 직접 운영합니다. 2021년부터는 MIT 출신 투자자 브래드 펠드(Brad Feld) 등 졸업생들이 바나나 비용 대부분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2023~24학년도에만 약 80만 개의 바나나를 나눠 줬다고 합니다. 바쁜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3. MIT의 독특한 전통, 피아노 낙하
MIT에는 기숙사 옥상에서 피아노를 떨어뜨리는 '피아노 낙하(Piano Drop)'라는 전통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MIT를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행사라 소개합니다.
- 언제: 봄 학기 '드롭 데이(Drop Day)' 무렵. 학생들이 성적 부담 없이 수강을 취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해마다 열리는 건 아닙니다.
- 어디서: 찰스강 쪽에 있는 6층짜리 기숙사 베이커 하우스(Baker House) 옥상
- 왜: 1972년 한 학생이 기숙사 규정에 '창밖으로 물건을 던지면 안 된다'는 말은 있는데 옥상에 대한 말은 없다는 걸 발견하고 장난처럼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칠 수 없는 낡은 피아노를 써서 시험 스트레스를 날리는 행사로 이어져 왔습니다.
4. 조용히 쉬어 가기 좋은 MIT 교회
본관에서 매사추세츠 애비뉴 건너편에 있는 MIT 교회(MIT Chapel)는 꼭 들러 보길 권하는 곳입니다. 1955년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설계한 원통형 벽돌 건물로, 밖에서 보면 작고 단순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제단 위 천장에서 작은 금속 조각들이 길게 매달려 내려오는데, 위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해리 버토이아(Harry Bertoia)라는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의자에 잠시 앉아 기도를 드리니 마음이 아주 고요해졌고, 하늘과 땅이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조용히 쉬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밖에서 보면 둥근 벽돌 건물이 아치 위에 올라앉아 있고, 지붕에는 금속으로 만든 뾰족한 종탑이 서 있습니다. 입구 옆 'MIT CHAPEL 1955' 안내판에는 가톨릭 미사, 개신교 예배, 불교 명상 모임 일정이 함께 적혀 있어서, 여러 종교가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일반인 방문 가능 시간도 따로 적혀 있으니 가기 전에 확인해 보세요.

MIT 교회 외관과 입구 안내판
5. 쉬어 가기 좋은 카페와 학생회관
- 스타타 센터 포브스 패밀리 카페(Forbes Family Café):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해 건물이 쓰러질 듯 기울어진 모양으로 유명한 스타타 센터(Stata Center) 1층에 있습니다. 건물 구경을 하고 커피와 샐러드를 먹으며 쉬기 좋았습니다.
- 헤이든 도서관 카페(Hayden Library Café): 찰스강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 안 카페로, 햇빛이 잘 들어 차와 간식을 먹으며 조용히 쉬기 좋았습니다.
- 스트래튼 학생회관(Stratton Student Center): 1층에 작은 마트와 던킨, 인도 음식 등을 파는 푸드코트가 있습니다. 2층에는 노트북을 하거나 쉬어 갈 수 있는 자리와 화장실이 있어서 오래 걷다 들르기 좋습니다.
스타타 센터 주변에는 잔디밭과 나무가 늘어선 산책길이 있고, 잔디 위에는 빨간 철제 조각 작품도 놓여 있습니다. 나무 아래 테이블에서 쉬는 학생들 사이로 다람쥐가 돌아다닐 만큼 한적했습니다.

스타타 센터, 잔디밭의 빨간 조각, 나무 그늘 산책길
6. 잔디밭에 앉을 때 주의하세요
본관 앞 찰스강이 보이는 큰 나무 아래 잔디밭에 앉아 1시간 정도 쉬었던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여유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잔디밭에 앉았다가 발목에 심한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꽤 오래 고생했습니다.
- 피부가 예민하거나 풀, 벌레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맨살이 잔디에 닿지 않게 하기
- 돗자리나 겉옷을 깔고 앉기, 반바지보다는 긴 바지
- 가렵거나 부어오르면 바로 씻고, 심하면 약국이나 병원에서 확인하기
MIT는 딱딱한 공과대학이라는 생각과 달리, 바나나 냄새 가득한 복도, 피아노를 떨어뜨리는 전통, 조용한 교회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하버드와 가까우니 보스턴에 가신다면 두 캠퍼스를 함께 둘러보길 권합니다.
※ 바나나 라운지 정보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를 참고했습니다. 건물 출입은 학교 사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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