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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New York

저지시티 강변에서 본 9·11 트리뷰트 인 라이트: 두 줄기 빛과 이름 부르기

by jynext 2026. 9. 13.
저지시티에서 바라본 9·11 트리뷰트 인 라이트 두 줄기 빛

9월 11일 밤 로어 맨해튼 하늘로 올라간 트리뷰트 인 라이트

미국 · 뉴욕 · 뉴저지

매년 9월 11일 밤이 되면 로어 맨해튼에서 하늘로 두 줄기의 푸른 빛이 올라갑니다. 2001년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기억하는 '트리뷰트 인 라이트(Tribute in Light)'입니다. 2025년 9월 11일, 저지시티에 머물던 저는 그날 밤 이 빛을 허드슨강 건너 저지시티 강변에서 바라봤습니다.

이 글에는 그날 본 트리뷰트 인 라이트와 추모식에서 느낀 점, 그리고 뉴욕 주변 강변 곳곳에 있는 9·11 추모 공간을 정리했습니다. 9월에 뉴욕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 일정에 넣어 볼 만한 장면입니다.

이 글의 기준
  • 관람: 2025년 9월 11일 (추모식은 TV 중계, 트리뷰트 인 라이트는 저지시티 강변)
  • 정보: 9·11 메모리얼 & 뮤지엄 공식 자료 기준

1. 트리뷰트 인 라이트는 어떤 행사일까

트리뷰트 인 라이트는 테러 6개월 뒤인 2002년 3월 11일에 처음 켜졌고, 그 뒤로 매년 9월 11일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어 맨해튼의 한 주차 건물 옥상에 강한 조명 88개를 쌍둥이 빌딩의 자리처럼 두 개의 정사각형으로 배치해, 하늘로 두 줄기 빛을 쏘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항목 내용
점등 9월 11일 해 질 녘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며칠 전 시험 점등)
조명 7,000와트 조명 88개, 한 변 약 15m 정사각형 두 개
빛 높이 하늘로 약 6.4km(4마일)
보이는 범위 맑은 밤에는 반경 약 96km(60마일)에서 보임

저지시티 강변에서 보니 로어 맨해튼 빌딩들 뒤에서 두 줄기의 빛이 곧게 하늘로 뻗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를 빛으로 다시 그려 놓은 것 같아서,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게 됐습니다.

2. 끝나지 않던 이름 부르기

9월 11일 아침에는 세계무역센터 자리의 9·11 메모리얼 광장에서 추모식이 열립니다. 이날 오전 광장은 유가족을 위해 운영되고, 일반 방문객은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추모식의 중심은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는 순서입니다. 2001년 테러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로 숨진 약 3,000명의 이름을 유가족들이 돌아가며 읽습니다. 저는 이 추모식을 저지시티 숙소에서 TV 중계로 지켜봤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고, 끝나면 PATH를 타고 세계무역센터 근처로 나가 보려고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름 부르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결국 네다섯 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이름을 듣다 보니, 그만큼 희생자가 많았다는 사실이 숫자보다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름 사이사이 유가족들이 짧게 전하는 말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일곱 살에 엄마를 잃은 아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함께 살아갈 날을 약속했던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3. 강 건너 곳곳에 있는 추모 공간

9·11은 맨해튼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계무역센터가 보이는 뉴욕만 주변 강변에는 그날 숨진 지역 주민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곳곳에 있습니다.

추모 공간 위치 내용
엠프티 스카이 저지시티 리버티 주립공원 2011년 세워짐. 뉴저지 희생자 746명의 이름이 새겨진 두 벽 사이로 세계무역센터 자리가 보임
포스트카드 스테이튼 아일랜드 세인트 조지 강변 2004년 세워짐. 엽서 모양의 하얀 구조물에 스테이튼 아일랜드 희생자 274명의 이름과 옆얼굴이 새겨져 있음
9·11 메모리얼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자리 쌍둥이 빌딩 자리에 만든 두 개의 인공 연못. 가장자리 동판에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 있음

이런 곳에서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손끝으로 천천히 따라 읽는 사람들을 종종 봤습니다. 그중에는 그날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고 세인트 조지 선착장에 내리면 포스트카드 기념비가 바로 가까이 있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페리 이야기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글에 정리했습니다.

4. 도시가 기억하는 방식

뉴욕과 저지시티는 사람과 돈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도시지만, 9월 11일만큼은 도시 전체가 속도를 늦추고 그날을 기억하는 데 시간을 씁니다. 아침에는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밤에는 쌍둥이 빌딩 자리에서 빛을 켭니다.

평소에는 배달 로봇이 다니고 새 고층 건물이 계속 올라가는 저지시티 강변에서 그 빛을 바라보며, 도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멋진 건물보다 함께 슬퍼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11일 뉴욕에 있다면
  • 트리뷰트 인 라이트는 저지시티 강변(익스체인지 플레이스, 오언 그룬디 공원 등)이나 브루클린 쪽 강변에서 잘 보입니다.
  • 9·11 메모리얼 광장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일반 방문객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추모식 이름 부르기는 방송과 온라인 생중계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두 줄기의 빛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9월에 뉴욕을 찾는다면, 화려한 관광지 대신 이 빛을 바라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저지시티 강변 이야기는 저지시티 워터프런트 글에, 세계무역센터역은 WTC역 오큘러스 글에 정리했습니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위키백과(엠프티 스카이), Clio(포스트카드 기념비)를 참고했습니다.